여행기(旅行記)
함동선
고향에 가면 말야
이 길로 고향에 가면 말야
어릴 때 문지방에서 키 재던 눈금이
지금쯤은 빨랫줄처럼 늘어져
바지랑대로 받친 걸 볼 수 있겠지
근데 난 오늘
달리는 기차에서
허리 굽히며
다가 오는 옥수수 이삭을
바라보며
어린 날의 풀벌레를 날려 보내며
부산에 가고 있는데
손바닥에 그린
고향의 논둑길은 땀에 지워지고
참외 따 먹던
혹부리 영감네
원두막이 언뜻 사라지면서
바다의 소금기 먹은 짠 햇볕만이
마치 부서진
유리조각을 밟고 오는데
아리어 오는 눈에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 한 줄기
차창에 부우연
내 얼굴이 떠오르는데
그 얼굴 위로
어머니 얼굴이 겹쳐 오는데
그 어머니의 얼굴에서
빗방울이 흘러내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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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샘이 있는 언덕...
글쓴이 : 굴뚝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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