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정원/나누고싶은 글

[앵커브리핑] '걱정하는 마음은 유료로 판매하고 있으니…'

엔비53 2019. 2. 1. 05:29






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어느 빌딩 앞 화단에 붙어있는 문구에 오래 시선을 두었습니다.

"비밀의 정원. 들어가지 마세요."

관리인은 화단을 가로질러 걸어 다니는 사람들 때문에 골치가 좀 아팠던 모양입니다.

마음 같아선 '출입금지' 표지판을 붙이고 싶었겠으나 그는 다른 방법을 생각해냈고 사람들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그 앞을 지나갔습니다.

"지금 들어오는 열차!! 여기서 뛰어도 못 탑니다. 제가 해봤어요."

경사로가 심한 지하철 환승 엘리베이터에서 마음 급한 이들은 그 재치 있는 문구를 들여다보면서 조급함을 달랬겠지요.

"뛰지 마시오!"

부정의 문구가 아닌 웃음 섞인 아이디어는 오히려 사람의 마음을 움직였고 자그마한 변화를 불러왔다는 이야기입니다.

'아'가 다르고 '어'가 다르다는 말이 있듯이 이처럼 사람의 말이란 참 오묘한 것이어서 어떤 말은 사람의 마음을 녹이고 보듬지만, 어떤 말은 사람을 할퀴고 무너뜨리기도 하니…

내가 타인에게 건네는 말은 어떠한가…

그리고 타인이 나에게 돌려주는 말은 또 어떠한가…

지난 명절에 등장한 '명절 잔소리 메뉴판'이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살 좀 빼야겠다' 잔소리하려면 10만 원.

'아이는 언제 가질 거냐' 물어보려면 50만 원.

명절날, 으레 오가는 잔소리가 지긋지긋했던 사람들이 마치 놀이처럼 만들어낸 항목들이었지요.

무심히 서로를 향해 던지는 말들 때문에 오히려 명절이 두렵다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하니까 명절은 누군가에게는 점점 피하고 싶은 날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김에 설날이란 말의 어원을 찾아봤습니다.

설날
· 낯선 날 (설다 : 익숙하지 못하다)
· 서러운 날 (섪다 : 서럽다)


여러 가지 어원이 있으나 설날은 처음 맞이하는 '낯선 날'이라는 의미…

나이를 한 살 더 먹어서 '서러운 날'이라는 의미…

풀이대로라면, 설날이란 모두가 조금은 낯설고도 사뭇 서럽게 맞이하는 첫 번째 새날일 터인데 그 조심스러운 정초부터 부디 말로 서로 상처 주지 마시길…

앞서 소개해드린 명절 잔소리 메뉴판의 맨 아래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쓰여 있습니다.

"걱정하는 마음은 유료로 판매하고 있으니, 구입 후에 이용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http://news.jtbc.joins.com/html/673/NB1176467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