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보는 24절기 중에서 '입동 (立冬)'
살아 있는 모든 것들 겨울채비 분주
한해 동안 숨 가빴던 농사일도 마무리 단계지만, 사람 역시 겨울나기 준비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속이 꽉 찬 배추를 거둬들여 김장을 해야 하고, 무는 땅을 파 움집을 만들어 보관해야 한다. 알곡을 털어낸 볏단은 잘 건사하여 겨우내 소여물로 써야 한다. 가을볕을 먹고 탱글탱글하게 여문 콩들을 일일이 골라 메주를 쑤는 것 역시 이때 농촌의 부녀자들이 빼놓을 수 없는 겨울 준비다.
<농가월령가> 10월령에서도 입동에는 ‘창호를 발라 놓고, 쥐구멍도 막으리라’는 말로 겨울 채비를 서두르라고 권하고 있다. 이제 세상은 생명이 살아 넘치던 양(陽)의 세계에서 점차 그 생명의 기운을 거둬들여 다음을 준비하는 음(陰)의 시간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래서 겨울을 귀장(歸藏), 즉 모든 것을 거둬들여 숨기고 보관하는 계절이라 표현하는 것이다. 이제 살아 있는 모든 것들에게는 길고 고통스러운 겨울이 시작되는 셈이다.
한해 농사를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은 그저 인간의 노력으로는 될 수 없는 일이다. 추수를 끝낸 농촌에서는 무사히 수확을 마칠 수 있게 된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고사를 지냈다. 햇곡식으로 시루떡을 쪄서 토광과 외양간 등에 제물을 올리고 주인과 더불어 고생한 소에게도 음식을 나눠 주며 수고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마당 한구석의 감나무에 따지 않고 남겨 놓은 홍시 몇개가 달려 있는 것도 이즈음의 풍경이다. 흔히 까치밥이라 부르는 이 감은 날짐승도 존중해 수확의 기쁨을 더불어 나누며 추운 겨울을 날 준비를 하라는 소박한 마음의 징표다. 까치밥은 세상이 온통 갈색으로 변해 갈 때 선명한 붉은색으로 풍경을 장식하기도 하지만, 그 속에 담긴 따뜻한 의미로 을씨년스러운 풍경을 안온한 서정으로 변환시키는 훌륭한 소품이다.
까치는 기쁜 소식을 전해 주는 길조로 알려졌지만, 요즘 농촌에서는 골칫거리 중 하나다. 무리를 지어 시끄럽게 우짖을 뿐 아니라 과일이 익어 갈 즈음이면 어김없이 습격하듯 과수원에 들이닥쳐 잘 익은 것만 골라 콕콕 쪼아 놓고 가 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림 속에서 까치는 여전히 길조다. 민화에도 종종 까치가 등장하는데, 유명한 <까치 호랑이> 그림이 대표적이다. 호랑이는 흔히 산신령의 화신이라고 해석하고, 까치는 산신령의 말을 전하는 전령으로 풀이한다. 까치를 두마리 그리면 기쁜 소식 두개가 연이어 전해진다는 의미로 읽어 쌍희(雙喜)라 풀이한다.
김상철<미술평론가>
관련속담 : 입동이 지나면 김장도 해야 한다, 입동 전 보리씨에 흙먼지만 날려주소
▶가을 물고기 미꾸라지를 왜 입동(立冬)에 먹을까?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8/25/2016082500675.html
♪ 'A Flower Is All You Need' by Paul Mauri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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