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에서 넉넉히 산 수선화
춘삼월이 되었는데도 영하 10도 이하로 날씨가 계속되고,
25cm되는 눈까지 내려서 봄이 일찍 찾아 온 작년과 달리
우리집 마당과 텃밭은 여전히 겨울잠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예년같으면 지금쯤 화원을 들락거리면서
화사한 꽃모종을 사 모으기도 하고,
실내에서 미리 싹을 틔운 채소들을 심기 위해서
텃밭의 땅을 뒤엎어서, 퇴비를 추가해서 흙을 고르느라
손톱 및이 거무틱틱하고 손등이 거칠어 있을 시기이다.
그런데 올해는 날씨도 꿀꿀하고,
지난 주에 가진 합창공연과 다음주에 다가오는 부활절 성주간 성가준비와
제자들 콩쿨과 시험준비로 몸과 마음이 어수선한 채로
4월을 시작했다.
그제부터 봄비가 오락가락하더니
어제에 앞마당에 심어 둔 튤립순이 올라와서 얼마나 반갑든지...
그리고 어제는 미사를 드리고 집에 오는 길에
수퍼에 들렸더니 며칠 사이에 화사하고 싱싱한 봄꽃으로 그득해서
계획에도 없던 수선화 꽃 한아름을 사 들고 들어왔다.
꽃병에 수선화를 나누어 담으면서
한동안 잊고 있던 워즈워드의
봄 영시 '수선화" 의 첫 소절이 자연스럽게
입에서 흘러 나오기 시작했다.
중간부분까지 외우지 못해서
결국은 참지 못하고 얼른 책꽂이에 있는 시집을 꺼내 들고
끝까지 천천히 서너번을 음미해 보았다.
I wandered lonely as a cloud
That floats on high o'er vales and hills,
When all at on ce I saw a crowd,
A host, of golden daffodils;
Beside the lake, beneath the trees,
Fluttering and dancing in the breeze.
Continuous as the stars that shine
And twinkle on the milky way,
They stretched in never-ending line
Along the margin of a bay:
Ten thousand saw I at a glance,
Tossing their heads in sprightly dance.
The waves beside them danced; but they
Out-did the sparkling waves in glee:
A poet could not but be gay,
In such a jocund company:
I gazed—and gazed—but little thought
What wealth the show to me had brought:
For oft, when on my couch I lie
In vacant or in pensive mood,
They flash upon that inward eye
Which is the bliss of solitude;
And then my heart with pleasure fills,
And dances with the daffodils.
- William Wordsworth
이 시를 한글로 번역을 시도를 했지만,
어줍잖은 한글실력으로 이 시가 내포하는
삶의 기쁨을 제대로 전달하는데 역부족이란 것을 깨닫아서
작가의 의도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 때까지
시간을 두고 한동안 행복한 고민을 해 보렵니다.
작년 마당에 핀 수선화
“When you arise in the morning,
think of what a precious privilege it is to be alive
- to breathe,
to think,
to enjoy,
to love.”
- Marcus Aurelius
그대가 아침에 일어나서
살아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기억하세요
- 숨을 쉬고,
생각을 하고,
삶을 즐기고,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으니...
- 마르커스 아우렐리우스
곧 동토의 마당에도
화사한 봄꽃과 채소들로 그득해질 생각만 해도
매일 눈을 뜨면 살아 있다는 자체가
얼마나 대단하고 고마운 것인지 생각만 해도
벌떡 일어나서 가볍게 하루를 시작해 본다.
작년 4월 말에 활짝 핀 튤립
https://www.youtube.com/watch?v=9jr035xQuWI
The Daffodils / William Wordsworth(1770-1850)
수선화/ [번역가 미상]
골짜기와 언덕 위 높이 떠도는 구름처럼
외로이 헤매던 나
문득 나는 보았네
호숫가 나무밑 금빛 수선화
무리지어 미풍에 하늘거리며 춤추는 것을
빛나는 은하수의 반짝이는 별들처럼
줄지어 늘어선 수선화들,
호수 가장자리 따라 끝없이 떼지어 뻗어,
머리를 까딱 거리며 흥겨히 춤추는 것을
한눈에 나는 보았네.
물결도 옆에서 춤 추었지만; 환희에 넘쳐
반짝이는 물결보다 수선화가 더 흥겨웠지;
이토록 즐거운 꽃 무리 속에서, 시인도 즐겁지 않으랴;
내가 보고 또 보았던 그 광경
어떤 값진 것 나에게 주었는지 생각지 못했더니;
이따금, 멍하니 또는 생각에 잠겨
긴의자에 누워 있을 때,
고독으로 얻어지는 축복인
내 마음의 눈에 반짝하며 춤추는 수선화들 떠올라;
나는 기쁨에 넘쳐, 수선화와 함께 춤을 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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