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상 나 자신이 환자가 되리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었다.
흔히 이 육신이 내 몸인 줄 알고 지내는데,
내 몸이지만 내 뜻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 사람이 앓는데 수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고,
염려하며 따뜻한 손길이 따르기에 결코 자신만의 몸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해심이 많고, 자비로운 사람이 되고자 했다.
인간적으로나 수행자로서 보다 성숙해질 수 있는 계기로 삼고자 했다.
지내온 내 삶의 자취를 돌이켜 보니 건성으로 살아온 것 같았다.
앓게 되면 철이 드는지 뻔히 알면서도 새삼스럽게
사람은 혼자서 사는 것이 아니라 주고 받으면서 더불어,
자연사의 경우는 생로병사를 순차적으로 겪지만
그렇기 때문에 순간 순간의 삶이 중요하다.
언제 어디서 인생을 하직하더라도 후회 없는 삶이 되어야 한다.
삶이란 순간 순간의 존재다.
- 행복을 향해가는 문 - 이해인
하얀 눈 밑에서도 푸른 보리가 자라듯
삶의 온갖 아픔 속에서도
내 마음엔 조금씩
푸른 보리가 자라고 있었구나
꽃을 피우고 싶어
온몸이 가려운 매화 가지에도
아침부터 우리집 뜰 안을 서성이는
까치의 가벼운 발결움과 긴 꼬리에도
봄이 움직이고 있구나
아직 잔설이 녹지 않은
내 마음의 바위 틈에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일어서는 봄과 함께
내가 일어서는 봄 아침
내가 사는 세상과
내가 보는 사람들이
모두 새롭고 소중하여
고마움의 꽃망울이 터지는 봄
봄은 겨울에도 숨어서
나를 키우고 있었구나
법정 스님은 지난 3~4년간
다시 병악화로 입원중 . . .
이해인(65) 수녀님도 암투병중이시고 . . .
티없이 맑고 깨끗함을 간직한
예수 님의 헌신적 사랑과
다 종교의 사회 속에서,
종교의 벽을 넘어,
아래 글은 맑고 깨끗한 아름다움을
스님, 오늘은 하루종일 비가 내립니다.
비오는 날은 가벼운 옷을 입고
시는 꼿꼿이 앉아 읽지 말고
두런두런 소리내어 읽어야
가끔 삶이
언젠가 제가 감당하기
수년 전 저와 함께
그곳 수녀들이 표현했던 일이 떠오릅니다.
왠지 제 자신에 대한 실망이
이곳은 바다 가 가까우니
수녀님, 광안리 바닷가의 그 모래톱이
주변에서 일어나는 재난들로 속상해하던
그러나 다행히도 어떤 역경에 처했을 때
그 힘든 일들이 내게
그러니 너무 자책하지 말고
신의 조영 안에서 볼 때 모든 일은
그러나 안타깝게도 사람들은
수녀님, 예수 님이 당한 수난에 비한다면
그러기에 옛 성인들은
그 동네의 질서와 고요가
수녀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참으로 겸손한 꽃입니다.
심기일전하여 날이면 날마다
그 곳 광안리 자매들의 청안(淸安)을 빕니다
이성과 종교를 초월한 두분의 사랑 . . .
그건 인간에 대한 사랑 . . .
수녀님의 빠른 쾌유 바랍니다.
아직 이승에 생을 접기엔
옆에 있는 사람들이 다 희망이라고
내게 다시 말해주는
나의 작은 희망인 당신 고맙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숨을 쉽니다."
이해인 수녀의 시 '희망은 깨어 있네' 일부
[동아일보]
2월 중순,
스님의 조카스님으로부터
우리나라 온 국민이 다 스님의 글로
웬만한 집에는 다 스님의 책이 꽂혀 있고
이제 다시는 스님의 그 모습을 뵐 수 없음을,
[Coffeebreak 읽음]
'야단맞고 싶으면 언제라도 나에게 오라'고 하시던 스님.
스님의 표현대로 '현품대조'한 지 꽤나 오래되었다고 하시던 스님.
감정을 절제해야 하는 수행자라지만
어떤 말로도 마음의 빛깔을 표현하기 힘드네요.
사실 그동안 여러 가지로 조심스러워 편지도 안 하고
1977년 여름 스님께서 제게 보내주신
오래전 스님과 함께 광안리 바닷가에서
어린왕자의 촌수로 따지면 우리는 친구입니다.
'민들레의 영토'를 읽으신 스님의 편지를 받은
'…구름 수녀님 올해는 스님들이 많이 떠나는데 언젠가 내 차례도 올 것입니다.
죽음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생명현상이기 때문에
그날그날 헛되이 살지 않으면 좋은 삶이 될 것입니다 . . .
한밤중에 일어나
벽에 기대어 얼음 풀린 개울물 소리에
2003년에 제게 주신 글을 다시 읽어봅니다.
어쩌다 산으로 새 우표를 보내 드리면
수녀의 조촐한 정성을 늘 받기만 하는 것
누군가 중간 역할을 잘못한 일로
가까이 있으면 가볍게 안아주며
언제 같이 달맞이꽃 피는 모습을 보게
이젠 어디로 갈까요, 스님.
부처님의 미소를 닮은 둥근달로 떠오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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